로즈문의 기분일기

2024년 12월 31일

날씨 : 마음속 먹구름이 가득한 날

제목 : 그 순간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내 표정도 밝았을 리 없다. 나를 보는 눈빛들이 불안하다.

오늘까지 마쳐야 하는 일이 또 있었다.

불편하고 조급하고 답답했다.

머릿속을 가득 막은 생각의 찌꺼기들이 자꾸 내 피부를 넘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부터 해결할까? 그럼 저건 어쩌지? 이게 더 급한가? 아니다 이 건은 협의 가능한 담당자였던가? 근데 그 인간에게는 이 말을 해야 하나? 수습 가능한건가? 그러다 또 지난일을 반복하겠지? . . .

그 순간 싹둑!

생각을 잔뜩 품은채 몸은 일하던 손을 그만 가위로. . . .

우리 샘들 일하기 편하라고 새로 산 가위에 내가 다쳐버렸다. 아이고, 샘들 놀랐겠다. 미안한 마음이 모든 생각들을 이겨버렸다.

어서 이것부터 수습하자.

급히 수습을 하고나 제자리로 돌아와 앉으니 다시 시작된다.

아니다. 멈추어야 한다. 이제 더는 그래선 안된다.

그 순간 나의 생각과 기분이 나를 덮쳤으니

드디어 드디어 보내는 2024 제대로 보내버리고 새로운 2025를 맞자.

기분이 태도를 덮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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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작가

H는 자신이 다니게된 개척교회에 초등학생인 나를 참 열심히도 데리고 다녔다. 믿었던 K에게 크게 사기를 당한 후 혼자서 두 여자아이를 키워내야하는 삶.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버거웠을지 모르는 사연 많은 30대 후반 H에게 공동체와 신의 은총은 너무 절실했던 것 같다. 절실함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에 우리는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던 그 교회에 매주 출석 도장을 찍었다. 우리가 살던 강서구 등촌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가려면 아직 9호선 등촌역이 없던 시절이어서 버스를 타고 2호선 당산역으로 가야만 했다. 요즘도 2호선을 타게되는 날이면 털털거리는 녹색 지하철에 몸을 실었던 일요일 아침이 희끄무레하게 떠오를 때도 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이 예배가 끝나면 혼자 집으로 가기보단 H를 기다리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른 예배가 끝나길 기다리며 또래 친구들과 별별 놀이를 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몇 있는데, 내가 물구나무를 꽤 잘 선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였다. 학교 건물을 빌려쓰는 이 교회의 특성상 매트가 깔려있는 체육관 같은 공간에서도 놀 기회가 많았다. 탄탄한 매트 위에서 반동을 이용해 벽으로 몸을 챡- 붙이는 물구나무 서기가 왜 그리도 재밌었는지. 함께 벽으로 용감하게 돌진하던 친구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상기됐던 그 때의 분위기만큼은 지금도 기억난다. 나의 물구나무 사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없어졌는데, 윗옷을 바지 속에 넣는 걸 깜빡하고 물구나무를 서다가 남자애들 앞에서 속 살을 휑허니 노출하게 되면서였다. 서로 많이 놀랬던 것 같다.

물구나무가 내 인생에 짜릿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창작해내며 미적인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 꽤 뿌듯한 놀이도 있었다. 바로 약국 놀이다. 교회 운동장 그늘진 구석에 핀 꽃과 이름모를 초록 풀을 뜯어다가 콩콩 찧어 무언가 동그란 형태를 만들어낸다. 진한 풀냄새를 풍기는 동그라미들을 판판한 돌 위에 그럴싸하게 올려놓으면, 다양한 색깔과 질감을 가진 우리만의 수많은 약이 탄생한다. 친구들과 나는 그걸 뿌듯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우리는 병원과 약국을 운영하며 누군가는 알아서 환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약사가 되어 병명에 알맞은 약초를 골라 엄청난 효험을 가진 약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놀았고 가끔 싸우기도 했던 것 같지만 정말 즐거웠다.

같이 놀았던 얼굴들이 이제야 조각조각 생각난다. 지금은 이름의 초성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여자아이의 얼굴도 얼핏 떠오른다. 볼살이 조금 있는 귀엽지만 어딘지 모르게 성숙했던 얼굴과 똥그란 눈도 기억난다. 피부가 꽤 하얗고 머리가 구불구불 길었던 것 같은데.... 음, 내 기억에 한계가 찾아온 것 같다.

몇 년 전 60대에 접어든 H는 아직도 그 교회에 다니며 주일성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일요일에 아직도 놀 생각만 하는 30대가 되었다. 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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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작가의 행복했던 나의 어린 시절

어느 여름날 초등학생의 하루가 기억난다. 그래도 나름 안산에서 규모가 있던 야외 물놀이장에서 튜브를 타고 있다.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이모들. 놀다가 지치면 김밥도 먹고 과일도 깎아 먹는다. 나의 기억에도 장면으로 남아 있지만 사진으로 남아있기에 더욱 선명한 즐거운 기억이다. 그 여유로움이 그립고 그 기억은 내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놀이터 가던 길에 꽃을 따서 빨아먹으며 느낀 달콤함과, 겨울날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아빠가 끌어주던 썰매와 그 차가운 공기. 그리고 밭두렁에서 돌렸던 쥐불놀이통의 빛그림자 등, 기억의 조각들이 나를 따듯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요즘 말로하면 나는 완전 럭키비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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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자 작가의 이제야 처음으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처음에게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너를 못 마주칠뻔 했어

지나간 시간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뻔 했어

그냥 스쳐와서 다행이야

과거는 내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어

일의 시작도, 원인도, 이유도

'내'가 아니었잖아

처음아

나는 이제 너와 함께 할거야

날아 오를거야

나를 묶어두는 건 없어

이제부터 내 시간의 원인은 나야

모든 일의 시작은 나로부터야

우아하게, 기품있게,

생기있게, 가득차게

살거야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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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작가

어릴 적 행복했던 하루

초등학교 때였고 고학년은 아녔던 것 같다. 아주 더운 여름의 어느 밤이었다. 동네 친구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지칠 때까지 뛰어다니며 놀다 헤어졌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아마도 다방구였을 게다. (오징어게임 시즌3에 나올 수도 있다) 또래 남녀 애들이 섞여 술래를 따돌려가며 저녁 내내 뛰어다녔으리라. 다시는 놀 수 없을 듯 혼신을 다해 놀았으니 그날 밤은 꿀잠이었을 테고. 놀 친구들이 있었고 놀 만큼 평화로운 시절이었고 어울려 노는 거 외에는 다른 오락거리는 없었다. 저녁 먹고 놀 생각에 눈을 번뜩이며 모여든 아이들, 잠자러 가야 하는 데드라인인 9시까지 일 초도 허비해서는 안 되었다. 오직 모여서 노는 게 일생일대 목적이자 목표인 것처럼 단합했던 것 같다.

지난 일이라고 마구 과장 과대 포장하는지도 모른다. 지나간 추억은 아름다워야 하니까. 기억이란 그런 식으로 미화하여(달리 말하면 편향 왜곡되어) 압축파일로 저장하지 않나. 머 어릴 적 추억 하나쯤 근사하고 강렬하게 모셔 놓는다고 계엄 발령보다 어이없지는 않으니까. 고작 한 줄 그게 다다. 어릴 적 어느 여름밤에 지칠 때까지 놀았는데 여태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더라는. 고명으로 얹을 서사라곤 더 할 게 없고 슴슴하다 못해 행주 빤 물 같은 그런 맹숭한 맛이지만 잊지 못한다는.

기분 일기 프롤로그

기분이니 감정이니 하는 말이 오랜 무명 세월을 딛고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처럼 낯설고도 울컥한다. (벌써, 두 가지 감정 출현) 내 세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께 일기장을 제출하고 검사를 받았다. 선생님은 빨강 펜으로 이런저런 의견을 달아서 되돌려주셨다. 칭찬과 격려, 응원의 메시지는 대체로 반성하고 개과천선하겠다고 결심하는 착한 어린이 버전에 달리곤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내 기분과 감정은 타인의 인정과 권위에 방향을 조준하고 스스로 검열하며 장착됐는지도 모른다. 남의 기대와 전체를 위한 선의에 빙의하려 했을 테니 내 느낌이나 기분,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기나 했을까. 기분과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과 도덕, 윤리로 덕지덕지 땜질하느라 애썼다.

나는 억울하게, 어리숙하게, 칭찬과 인정을 좇아 진짜 내 본래 느낌과 기분, 감정을 노룩 패스한 셈이다. 이제라도 나머지 공부를 해 보련다. 더 늦기 전에 기회를 놓치기 전에.

‘미안하다, 내 느낌아, 내 기분아, 내 감정아!, 용서해 주라!’

그런데 기분을 주인공으로 일기를 쓴다면 어떤 식일까.

197○년 ○○월 ○○일 ○요일 날씨○○

오늘은 짝꿍이랑 싸웠다. ‘짜식이’ 내 자리를 침범했다. 책상의 반은 내 영역인데 제 물건을 마구 늘어놨다. 매번 제멋대로다. 매너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이다. 한 번만 더 넘어오면 가만있지 않을 테다.

√노 노, 싸움은 나빠요! 친구랑 싸우면 훌륭한 사람이 되겠나. 용서하고 참는 미덕을 키우렴!

2025년 ○○월 ○○일 ○요일 날씨○○

오늘은 짝꿍이랑 싸웠다. 녀석이 책상의 반인 내 영역을 침범한 걸 보자마자 소리를 꽥 질렀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마 반에 있던 애들이 다 놀라서 쳐다볼 정도였으니 내가 엄청 열을 받았던 게 틀림없다. 그런데 정작 짝꿍이라는 녀석은 능글맞게 ‘그럴 수도 있지.’라는 표정으로 빤히 보고만 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미안한 표정도 아니다. 이 녀석이랑 나는 너무 안 맞는다. 자기 영역, 남의 영역을 제대로 구분할 줄도 모르고 뭐가 문제인지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구제 불능이다. 선생님은 언제 다시 짝을 바꿔줄까. 기다리기도 지겹다.

√오늘 짝이랑 다투었구나! 평소에 짝꿍이랑 기분 나쁜 일이 많았던 모양이네, 이렇게 화난 걸 보니. 책상의 반을 넘어오는 게 불쾌하고 불편했어? 다른 애들이 놀라서 쳐다볼 정도로 목소리가 컸구나. 정작 당사자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니 짜증 났겠다.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니 기특하다.

*꼼꼼히 조언하며 교육자의 소임을 다하려던 선생님을 탓하는 모양새가 돼버렸지만, 미숙한 어린아이에게 부모와 선생님은 절대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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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델작가

나의고향 산촌마을

내집앞 둑길 너머에는 큰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모여 큰 시내를 이루던그곳! 여름 장마때면 넘실거리는 흙탕물을 구경하러 파자마 바람으로 슬리퍼를 신고 둑길에 삼삼오오 모여 비갠뒤 노을속에 물들어 세찬 물살소리와 서성거리던 어른들 이야기소리들이 섞여 알 수 없는 평화로움이 지금도 들려온다. 섬둑 넘어 그곳은 여름철 아이들이 방학내내 살을 태우며 물장구치는 소리로 가득했고 소꿉장난도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던곳이다. 장마뒤에 맑아진 물살을 가르며 친구들과 손잡고 다리에 힘주어 물살에 밀리지 않으려 건너가던 생각이 몽울 몽울 떠오른다. 사계절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나의 고향의 추억과 향수는 그립기도하고 그곳과 멀리떨어지고 싶기도한 이상한 고향의 두마음. 기억만 남고 그곳도 그사람들도 사라진 지금 흘러간 추억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때 그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니 슬픔도있고 즐거움도있고 아픔도있고 부끄러움도 있네.

기분일기

2025.1월 14일

날씨: 쌀쌀하지만 시원하고 벅찬 하루였지만 털어낸 가벼운 하루

제목: 일속에 파무침

하루종일 pc앞에 앉아서 나름의 방식으로 업무스타일과 효율적인 문서의 형식을 만들어 대입하고 관리하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만큼 정신없이 보낸다. 애증의 센터장과의 기싸움은 하루종일 사무실안에서 긴장감과 같이 하며 지내고 있다. 나름 오히려 편한 업무방식을 내 스타일로 만들어 불편하지않다. 반쯤 포기한 듯 이제 지원을 아끼지않는 나이드신 센터장이 한편으로 가엽기도 하지만 나에대한 무례함을 한편으로 복수한 듯 통쾌하기도한 나의 직장에서 버티기는 체질인 듯 굴복함이 없다. 요령없이 아니면 불도저처럼 할 말 다하며 해볼테면 해보슈~ 그런나는 애써 괜찮은 듯 잘 지내고있고 나름 인정도 받으며 지내고있고 약간의 눈치도 살피는 센터장이 고소한건 무슨 악마의 속삭임인지 웃음이 나기까지 ....그런데 허탈한 뒷 마음은 뭔지 모르겠다.....

“이제야 처음으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엄마,아버지에게

오랜만에 불러보는엄마!, 아버지!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아버지! 그런데 요새 천국에서 엄마 만나셔서 외롭지 않으실거라는 생각을 종종하게되는 요즘 그동안 찾거나 자주 불러드리지 못해 외로우셨을거라는 생각이들어 죄송한 마음이 들때가 많다. 잘 해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은 지난시절 그 속에는 길지도 않은 세월속에서 또 다시 나는 어떤 엄마로 남게될지에 대해 생각해본다.아빠! 이제 생각해보니 불안했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평화로웠던 새벽! 등굣길을위해 싸리비로 눈을 쓸고계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자식들위해 그 먼길을 비가오나 눈이오나 자전거 두바퀴로 달리셔야만 했던 그리고 자주 흔들리셨던 술의힘도 이해 해 보려고요~ 같이있는 집안은 늘 불안하고 나답지 못했고 눈치를 봐야만 했지만 사계절 마당에 꽃과 향기를 주셨던 것 감사하고 유일하게 제 편이 되어주셨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넉넉하지않아 내 욕심을 내지못했던 지난날 저를 위해 챙겨주시고 마음 써주셨던 것 감사합니다. 아직도 새벽녘 아궁이에 군불지피시며 아랫목에 앉아서 먹던 김모락 뜨신밥에 얼큰한 엄마표 무국은 세상 어느 맛집과도 비교할 수 없는 베스트중에 베스트 푸드! 낳고 키워주신 나의 엄마, 아버지 감사드리며 고마웠고 사랑합니다! 천국에서 부디 편안하게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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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작가의 엄마 나랑 호떡사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