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쩌면 뉴스레터입니다.

봄이 오면 마음도 덩달아 말랑말랑해집니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고, 바람은 온기를 머금은 채 조용히 볼을 스쳐갑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새싹이 돋은 나무들, 그 곁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곤 하지요. 그런 봄날, 우리 작가들은 여러 사진들과 마주했습니다.

같은 장면이었지만, 각자의 시선은 놀라울 만큼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사진 속 피사체에 주목했고, 누군가는 작게 보이던 그늘진 틈 사이에 마음을 올려두었지요. 제목도, 첫 문장도, 끝맺음도 모두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감상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음과 각자의 시선을 기꺼이 존중하는 따뜻한 자세.

이번 뉴스레터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자 했습니다. 사진을 보고 각자의 단상을 적어내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 속 사진들을 보시면서 나는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생각해보세요. 또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이웃작가들이 귀를 크게 열고 경청해보겠습니다.

이 봄,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나요? 이 다정한 계절에, 우리 모두의 시선이 조금 더 깊고, 넓고, 아름답게 어우러지기를.

4月, 봄...
네가 태어나고 아팠던,
그리고 너를 보내야 했던 계절이 또 왔다

벚꽃 나리던 어느 봄날에
햇살 포슬포슬하게 쌓인 벤치에 누우니 등이 따뜻해서 참 좋았었지?
우리가 먹다가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를 비둘기들이 쪼아먹고,
누워 잠든 너의 이마에는 꽃잎이 내려앉았다

네가 가고 난 후에도 
여름은 여름이라고, 겨울은 또 겨울이라고 
세상은 자기 색깔대로 이쁘게 물들더라. 나무는 열매를 맺고 하늘에선 눈도 내리더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시간이 무심하게 흐르는 것 같아서 
나는 그게 얄밉고 속이 아렸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니? 속 좁은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 다시 오다니...

우리 곁에서 네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너의 환한 미소가 떠오르게
꽃은 피고 지고, 새로운 힘으로 또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내가 믿을 수 있게

“나 대학은? 시인은? 나 육지는?”
“다는 못해줘. 그래도 꼭하나, 하나는 죽어도 해 줄거야.”
“ 아 그냥 ...말이라도 좀 그냥 다 해 준다고 해!! 그냥 별도 달도 다 따준다고 하라고!!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의 대사 중 한 부분이다. 엉뚱한 요구라는 것도 안다. 현실 불가능 한 것도 다 알지만 그저 말이라도 말이라도 내말을 다 들어달라고 떼를 쓰는 남녀사이.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수많은 스토리에 많이 등장하는 말들이지만 어디 현실이 그리 책같이 드라마같이 살아지던가!

 둘만의 사랑만이 존재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족하겠으나 둘의 사랑이 이뤄낸 결실이 있다면 삶의 행방은 또 다르게 흘러간다. 남녀의 애정이 별도 달도 따준다는 단순한 떼씀이라면 부모의 사랑이라는 무게는 어느 것 으로도 대체불가한 논리다.

 부모의 사랑은 우리를 우주로 알고 살아가기 시작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기둥이 된다. 여러 겹으로 층층이 쌓여져 있으며, 각 층은 서로 다른 색깔과 질감을 지니고 있다. 그 믿음들이 켜켜이 쌓여 한 존재를 세상의 한 일원으로 만들어낸다. 어느 층을 망하기라도 한다면 어찌나 재건에 많은 에너지가 드는지...

 부모가 자식에게 쌓아주는 지지는 언젠가 지침의 고비에서 그 빛을 발하리라. 패배를 흘려보낼 회복 탄력성과 자신의 존엄을 지탱하는 자산이 되지 않을까. 이 사랑이 켜켜이 쌓여 오래된 나무처럼 깊숙이 뿌리내리기를, 태풍이 불어도 쉽게 꺾이지 않기를 바라며 응원하리라. 사랑은 단순히 ‘잘하라’는 강요가 아니다. 넘어졌을 때,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용기를 내어야 한다. 진정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사랑은 자식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 순간도 소홀 할 수가 없다. 그들은 그 힘을 비축하여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새로운 사랑을 나누며, 결국 또 다른 세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그렇게 세대를 넘어 지속되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부모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그냥 거기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 해주고 싶다. 든든히 버텨주고 싶다. 나의 욕심을 투영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그 아이가 존재할 수 있게 거기 있어주고 싶다.

든든히 그 자리에 있어주는 당신이 있어 우리의 꼬맹이들도 저리 이쁘게 자라나겠지요?
이렇게 실컷 웃을수 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그토록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도 이리 평화로울 수 있는 건 모두 그대 덕분이죠.
삶의 산을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더 높은 산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앉아 울기도 웃기도 하는 삶들은 다 함께이기에 가능하죠. 
어제를 떠올리며 한숨 내쉬기 보다 내일을 그려보며 또 암담하다 하기보다 오늘, 지금을 멈춰 기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함께 해나간 스물한해의 시간들이 이뤄낸 많은 것들로 반짝반짝 하답니다.
희어져가는 머리칼 수 만큼이나 결과물들도 조롱조롱 하지요.
이렇게 사랑 가득 안은채로 여기 있어줍시다.
그대의 오늘은 어떠할지...
그대도 이리 웃기를^^
사진 속의 나에게도 묻습니다. 
좋냐? 
그래 좋다.
어차피 난 너만 있음 되니까. 
이리 바라보고 있음 좋을 수 밖에

살아내느라 고생하셨으니 즐기며 행복하세요.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걸어온 길 그저 뚜벅뚜벅
비바람도, 눈보라도, 헐떡이는 더위, 칼날 같은 추위에도 그저 걸었지.

시간에 상황에 역행하지 않고 순응하며, 묵묵히 무빙워크에 있으면서도 걷고 있다.

반항할수도 거스를수도 있었지만, 시계에 움직이는 초침들이 움직이듯이 총총총 ... 오늘도 걷고 있네.

이들의 백발은 훈장일까? 삶의 무게일까?
나의 흰머리는 훈장이고 싶지만 삶의 무게일듯하다.

칭찬받고자, 박수받고자 걷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여물어지는 추수때 나락과 같아졌으면 한다.

오늘은 나를 위해 꽃한다발을 사야겠다.

바다는 검었다.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가늠조차 할 길 없는 저 심연의 깊이를
멀리서 희끗희끗한 아우성이 들릴 뿐

중력을 거스르고 달과 결사하여
피 토하듯 솟구치는 
새하얀 담대함을

암흑을 거스르고 
흔들리는 단전을 억누르며
어깨에 어깨를 걸고 전진하던
스무살의 영혼은 연약했다.

그날 강릉 밤바다에는
검은 파도 
흰 파도가 한동안 
쉴새없이 덤벼들고 섞이며 외쳐댔다.

무더기 하얀 포말은 끝내 
소리없이 실체를 잃고 
먼 심연으로 침몰했다.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도시, 빌딩으로 된 숲 안에 있으면 눈앞에 보이는 일들에 대해 정신이 없다.

참 바쁘기도 한 현대인.

그러다 한 번씩 빌딩 숲 꼭대기로 올라오면 색다른 풍경이 보인다. 크게만 보였던 건물들이 작게도 보이고, 바다도 보이고 넓은 하늘도 함께 보인다. 빌딩숲과 함께 바다는 참 잘 어울린다. 콘크리트나 벽돌, 유리창이나 커튼월 등 파란 바다도, 푸른 하늘도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숲을 만드는 것 같다.

너무 차갑다.

폭풍이 불어오는 겨울날 쌓여있는 눈보다도 차가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태양 사이의 황혼빛. 그것이 황혼이든 새벽이든 중요하진 않다.

다만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황혼의, 새벽녘의 따스한 빛이 숲을 감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야 푸른 색의 도시에 붉은 빛이 맴돈다.

다시 사람들의 열정으로 가득찬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가끔 고개를 들어 붉은 빛을 찾아보아야 겠다.

고양이 노트 中

오늘도 나는 이 커다란 나무 테이블 위에 누워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빛이 방 안을 감싸고, 나무결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내 수염 끝을 간질인다. 사람들은 이곳을 '거실'이라 부르지만, 나에게 이곳은 세상의 중심이다.

나는 이곳에서 모든 걸 지켜본다. 아침마다 따뜻한 커피 냄새가 피어오르고, 저녁이면 조용히 음악이 흐른다. 사람의 손길이 지나가는 걸음마다 나는 꼬리를 살짝 흔들며 인사를 보내고, 가끔은 괜히 뾰로퉁한 척 소파 위로 점프해 앉는다. 그래야 관심이 오니까.

가끔은 누군가가 내 사진을 찍고, "얘는 무슨 생각을 할까?"하고 묻는다. 음... 사실 난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편안한 공간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은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이 테이블 위에서 보는 세상은 조용하고, 포근하고, 아름답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부드러운 나무결 위를 발끝으로 느끼며, 나는 오늘도 세상의 가장 따뜻한 자리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집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나는, 이 집의 고양이다.

뉴질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보냈다. 바람이 가벼운 속도로 불어오고, 하늘은 푸르디푸르며, 땅은 아무리 걷더라도 끝없이 펼쳐진 평온함 속에서 나와 아내를 감싸고 있었다. 대자연의 적막 속에서 가만히 앉아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마음의 분주함이 조금씩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고, 찾고, 성취하고자 하며 쉴 새 없이 달려가지만, 그 순간순간의 고요한 정지 속에 진정한 평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그때 나는 ‘평온함이 주는 행복’을 처음으로 생각해 본 것 같다.

나는 딸의 이름을 지으며 그 평온함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때의 나처럼, 내 딸도 평온함 속에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나의 삶보다 더 자주 있기를 바란다. ‘편안함’을 넘어, 온화한 조화 속에서 자신만의 온점들을 찍으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와 다르게 딸의 삶이 차분하기를 바라는 욕심이다.

 

비록 세상이 고요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그 속에서 잔잔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어느 날, 그녀도 나처럼 그 평온한 순간의 가치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아이를 위해 두 손을 모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