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쩌면 뉴스레터입니다.

2025년이 아직 반이나 남았네요. 무더위에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무더운 여름은 열정을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꿈꾸고 도전하기에 나쁘지 않은 계절이라는 말도 되겠네요. 뜨거운 대지를 장마가 식히고, 그 땅 위에서 많은 생명들이 성장하듯, 우리 마음속에 품었던 씨앗이 작게 움트고 있었다면, 물을 주고 햇볕을 보내 키워보시면 어떨까요?

이번 뉴스레터는 인생장면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행복이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했던 그 짧은 시간들을 ChatGPT로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2025년 여름에 여러분 인생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어쩌면 이웃작가님들이 차려놓은 인생장면, 함께 보시죠!

삽살개도 아닌데 눈만 오면 왠지 만지고 뭉쳐도 보고 눈사람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은 동심에서 오는걸까?

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고 뒷산도 자주 오르며 계절별로 풀과 나무 이름들을 부르면서 참 재미있는 시절을 지난듯하다. 유난히 생각나는 한 컷은 집 뒤 신학대학과 얕은 산이 있는 그곳에서 눈이 오면 눈 위에 발자국을 찍고, 무늬를 만들고, 눈사람들 만들며 신발, 양말, 장갑 모두 적셔가며 놀던 기억이 최고이다. 딸, 아들 기억에는 어떠한지 몰라도 내 기억 속에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듯하다. 지금은 30대의 청년들이 되어 어깨들이 무겁겠지만 아이들도 그런 낭만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파이팅하자.

사랑한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강상학경기장은 천연 잔디가 시원하게 초록초록했다. 국제 규격의 경기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인조 잔디 구장이 아닌 천연 잔디라 축구화 바닥에 밟힐 때 느낌이 달랐다. 폭신했다. 괜스레 더 긴장됐다. 두 줄로 들어서는 여성 참가자들의 표정은 들뜬 듯 비장했다. TV에서나 봤던 대기석에도 내려가 봤다. 프로 축구 선수들이 앉는 등받이가 커다랗고 푹신한 대기석 의자에도 살포시 앉아봤다. 역시나 어색했다. 축구 시합하러 제주 스타디움에 오다니, 내 생애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간간이 여성 축구 경기를 보러온 관객도 눈에 띄었다. 마침내 두근대는 심장을 누르며 시합이 시작되었다. 내 위치는 오른쪽 윙백. 달려드는 상대 스트라이커를 막아야 하는데 상대는 제법 빠르고 실력이 우세했다. 나는 그만 젖혀지고 말았다. 내 뒤를 커버하기 위해 센터 백이 달려왔다. 아뿔싸! 골을 먹혔다…. 소리 지르며 화를 낼 코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선제골을 먹고 말았다. 실망한 동료들의 얼굴이 오락가락하며 정신을 흩트렸다. 망했다!

평범한 어느 보통의 날, 나는 누나와 함께 초등학교를 걸어 등교하곤 했다. 하늘은 푸르고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는 맑은 동네. 아직 개발 중인 이 동네는 주변은 건물들이 없어 시야가 넓게 트이는 곳이었다. 우리 집으로부터 학교는 400미터 조금 넘는 거리, 엄마는 우리가 등교하고 있으면 멀리서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고 내 나이 서른이 지나 그때의 장면을 얘기해주었다. 어쩐지 내 뒤가 항상 든든한 느낌이더라니.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걷고 달리던 시절의 장면을 이제야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막 집들이 지어지던 내가 자란 그 동네는 나를 잘 가꾸어 주었다.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창조적인 놀이를 통해 모험심을 키웠고 궁금한 것들은 참지 못하여 직접 만지고 체험하고자 하는 실천적인 성격을 길렀다. 떠돌이 백구에게 손가락도 물리고 뭐에 찔리고, 긁히고, 다치면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신기한 것은 집에 돌아오고 나면 내가 어디서 뭘 했는지 엄마는 대충 알고 있더라. 꼬꼬마가 오락기를 붙들고 한 시간을 앉아있어도 문방구 아저씨를 통해서 알고 있었고, 마트에서 뭘 사 먹고 들어와도 옷에 뭐가 묻어있었는지 보고 귀신처럼 맞추는 우리 엄마.

 

이제는 내가 엄마의 시선을 보고 있다. 새롭게 생겨난 내 가족들. 축복처럼 다가온 나의 사람들에게 보호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흐뭇하다. 개척자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던 20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열정보다 지금은 온화한 꽃 하나하나를 피우는 게 더 즐거운 시기가 되었다. 그저 아직도 어린 30대 후반의 조무래기지만 내가 느꼈던 그 뜨거운 열정들을 한 줌씩 덜어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기를.

 

나도 함께 온화해지기를.

저멀리 쏟아져 오는 물을 보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고
양말도 홀랑, 바짓단 훌렁훌렁 접어 올리고는 뛰어들듯 달려갔지.
아악!!!! 역시 차가워. 너무 시원한데 차가워.
칼바람 맞으며 하드 먹는거 보다도 짜릿해.
놀람도 잠시 이내 파도 치는 바다를 향해 철벙철벙.
영하의 날씨도 모르겠고 강추위 바람도 모르겠고 그저 바다가 있으니 몸이 간거죠.

여름이든 겨울이든 계절에 상관 없이 물만보면 뛰어는 전
수영도 잘 못하고
사실 물이 무섭기도 한데
그냥 물이 보이면 들어가 버리고 만답니다.
격하게 신이난 순간을 그대로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신기하게 상상의 이미지와 비슷한 풍경을 10초도 안걸려 그려내는 시대를 살아가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네요.
더 자세한 묘사를 더하면 우리가 생각한 어떤 지점을 맞춰내겠죠?
자꾸만 새로이 시도해 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눈을 감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봄날 밪꽃이 만개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걷는 모습은 외부 자극보다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보입니다.
살짝 지은 미소는 조용한 기쁨이나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자연 속을 혼자 걷는 장면은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주변을 느끼는 듯한 모습은 명상이나 깊은 사색에 잠긴 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살짝 입가에 머문 미소가 외로움보다는 내면의 만족과 편안함을 보여줍니다.
눈을감고 누구 하나와 함께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듯한 모습이라 고독감보다는 혼자만의 평화로움을 나타냅니다.
벚곷과 푸른 하늘, 산뜻한 들꽃들이 우울한 기운보다 생명력과 희망을 강조합니다. 

매미가 울기 전, 이사를 했다. 남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난 후 총 4번째 이사다. 우리 부부만의 이사 준비가 있다. 그동안 우리와 좋은 이웃이 되어주셨던 분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인사를 할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분들과 나눈 일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장모님의 단골집이기도 한 정육점 사장님은 은퇴를 앞두고 계신다.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고기를 사 구워 먹으며 작은 축하의 시간을 가졌더랬다. 그래서 농담처럼 "앞으로 좋은 일 있으면 어디서 고기를 사 먹어요?”라고 말했더니, 사장님은 답이 없이 낡은 냉장고를 쓰담쓰담하신다. 사장님은 제일 좋은 국거리 고기를 찾고 또 찾으셨다.

떡볶이 아주머니와도 인사를 해본다. 아내가 임신하고 난 후에도 종종 사 먹었던 떡볶이다. 아이는 건강한지 산모는 건강한지 먼저 물어봐주신다. “날씨가 어떨지 걱정되네요, 조심히 가세요”라며, 우리가 떠나는 길을 염려하며 축복의 말을 건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쩌면 이제는 익숙해질 법한 이별이 이렇게 아쉬운 것이었음을 느낀다. 

경비반장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해본다. 반장님은 내 품에서 잠든 딸을 보며 눈가에 미소를 띄우며 재롱을 부리시기도 했다. 경비반장님도 이제 은퇴하신다고 한다. 그동안 애써주셔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반장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어주셨다. 매일같이 보던 이웃이었지만, 다시는 마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저릿해졌다. 반장님께 딸 아이 이름을 말씀드렸다. 반장님은 여러번 아이 이름을 되뇌이셨다. 절대 잊지 않으시려는 것처럼

갑자기 삶이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자의 삶에서는 주인공이며, 수많은 조연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도움을 주고받는 그런 인생 드라마. 나 역시 다른 드라마 속에서 웃음과 따뜻함을 남겨주는 감초같은 조연이고 싶다. 명품 조연 덕분에 나의 인생 드라마가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안녕히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