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뉴스레터 #4 - 정에 대하여

개성 넘치는 이웃작가들의 생각을 글로 담습니다.

2024. 3. 25.

어쩌면뉴스레터

📖 우리의 세번째 글감 📖

정

안녕하세요. 어쩌면 뉴스레터 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아 놓은 '어쩌면 뉴스레터'가 여러분의 미소이자 기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 기운을 느끼며 '정'이라는 주제로 찾아왔습니다.

'정'이라는 단어에도 참 많은 뜻이 있다는 걸 아셨나요? 한국인의 '정'이라고 하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도 '정'이고요. 맑은 '정기'도, 돌을 깎는 도구 '정'도 있습니다.

오늘도 어쩌면 작가님들의 다채로운 시선으로 '정'을 담아보았습니다. 평소에 자주 쓰는 '정'이지만,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하는데 큰 영감을 주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뉴스레터'가 여러분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독자님이 생각하는 '정'은 어떤 것인가요?

'정情'에 대한 마음의 변화

유난히 작가

한국인의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정情' 으로 요약할 수 있을것 같다. 오죽하면 과자 컨셉까지 초코파이의 '情'으로 잡아버리는 민족이다.

처음보는 얼굴임에도 맛있게 잘 쪄진 옥수수를 나눠주는 이웃간의 따뜻한 마음
때로는 용서받지 못할 일들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는것도 가능하게 하는 마음

떠오르는 드라마 대사 몇개를 생각해보면 " 그동안의 정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 라던가 " 인정머리 없는 사람 " 이라던가 우리 사회에서 정이 없다는것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쓰이는것 같다.

나는 정이 없는 부정적인 사람일때가 많았던것 같다. 모르는 사람에게 따뜻한 옥수수를 나누며 오는 기쁨의 정, 용서받지 못할 일들을 너그럽게 정으로 이해하는것들은 나에게는 좀 힘든일들이었다. 왜 모르는 사람에게 옥수수를 줘야되지? 용서받지 못할 일들인데 내가 왜 정때문에 이해해줘야되지?
온통 이런 다소 이기적인 생각들이 내 마음속에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정이란게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정을 중시하는 누군가와는 인간관계가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나도 사회에 나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 보니 그저 누군가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 정이라는 정서가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고 ‘정’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줬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침도 튀겨가며 미묘한 표정변화까지 보며 대화하기 보단
비대면이 더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서 정이 더 중요해진 요즘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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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晶)

노봉자 작가

어릴적 동네 골목은 우리들만의 작은 세계였다. 하교후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책가방 던져 놓고 대문 밖을 나서면 익사이팅한 그날의 2부가 시작되었고 숨바꼭질과 얼음 땡을 기본으로, 말뚝박기에 삼팔선에 오징어까지 하기엔 하루가 짧기만 했다. 여자애들은 고무줄 놀이에 진심이었는데 엉덩이가 무거워 뛰는 것에 젬병이었던 나는 두서차례 밖에 못뛰고 늘 술래를 했다.

심드렁해질 때쯤 아이들 놀이의 리더 격인 두살 위 오빠가 뒷 동네 빡빡산 어디어디엘 가면 수정이 있고 그걸 금은방에 팔면 정말로 돈을 벌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당장 아이들 몇이 손에 도구 하나씩을 챙겨 들고 산을 올랐다. 투명하게 빛나는 수정을 찾아 빡빡산을 헤집고 다니다가 드디어 바위에 수줍게 박혀 있던 보물을 발견했고 가져간 망치로 주변 돌을 깨가며 어둑해질 때까지 수정캐기에 몰두했다. 진짜 수정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었으나 유리 같은 맑은 빛깔에 마음을 뺏겨 시간이 훌쩍 지난 줄도 몰랐다.

그날 동네에선 난리가 나서 급기야 불안해진 어른들이 우리를 찾으러 산에 오셨다. 등짝 쳐맞고 반성문 쓰고 한바탕 쌩쑈를 했는데 아쉽게도 그날의 전리품은 내게 남아있지 않다. 엄마를 놀래켜 주려고 주머니에 잘 넣어둔다고 두었는데 혼나고 후다닥 산을 내려오면서 어딘가에 빠트린 모양이었다. 수정은 맑은 정기 가득한 산에서 그렇게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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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슈델 작가

정에 대해 깊게 생각 해 본적이 없었는데

문헌에 나와있는 내용을 보면서 사물이나 대상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心)이라 하니,

심이 사물에 응해서 밖으로 발하는 것을 정(情)이라 하는 것이다!가 마음속에서 꽂혔어.

부드러운것과 따뜻한 것만 아닌 애증도 정이니,

진정 무관심이 정없음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어!

무정이라는 것은 느껴지는 느낌이 없다는거

그렇다면 정이란 끌림!

정이가는.. 그래서 미움도 정이고 관심이라....

정을 느끼므로 고통도 사랑도 행복도 있는것이라

아무런 정을 느끼지 못할 때 관심없음이 죽은것이라는......

살아야겠다! 살아내야지!

*슈델작가가 읽었던 문헌은 여기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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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정, 애증

김소리 작가

언제부터인가 메마름이 느껴진다.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대, 소망을 가지지 않아서일까?

주변사람에게 상처 받으며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던 일이 틀어지면, 다음에 하면 되지 뭐. 그러면서 오늘 최선을 다해 살고 불태웠잖아’ 하면서 나를 위로한다.

반백년을 살아봐서 그런가?

이제는 새로울 것도 다채로울 것도 더 좋을 것도 없음을 알아서 인가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웃으며, 많이 움직여 바쁘게 살으려, 살아내려 오늘도 애쓴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내일도 있으니까”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내가 별 것 아니게 살아내는 오늘을 누군가는 안간 힘을 쓰며 지키려하고 잡으려 했던 오늘이라는 것을…

‘정’은 사랑이고, 마음이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일까?

이번 주말에는 혼자 여행가고 싶다.

일, 관계에서 멀찍이 떠나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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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게

지니 작가

안녕? 아니 안녕하세요?

어떻게 인사해도 어색하지만, 게다가 넌 아니 당신은 날 기억조차 못 할지도 모르니 그저 내 기억 속에 너를(친구였으니) 소환해보려 해. 아마도 너는 나한테 두 번째(그러고 보니 첫 번째는 아니네)쯤이었을 거야. 시야에 나타나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생각날 때도 두근거렸던 아이. 나도 그때 숫기 없는 여자아이였으니 너도 남자라기보다 남자아이가 맞네. 어린 여자애가 저도 모르게 가슴 설레게 하는 남자애를 봤던 건데.

아, 미안. 너도 이젠 흰머리 늘어가는 50대 후반의 가장일 텐데. 기억도 안 나는 어떤 여자가 제 감정에 취해 늘어놓는 수다가 어처구니없을 수 있겠네. 실은 나도 이 편지가 네게 닿을 수 있을지 전혀 몰라. 하지만 내 기억의 앨범에 네 사진은 언제나 바라지 않은 채 생생하거든. 아니 그건 너무 약해. 아주 쌩쌩해! 멀쩡해. (나이가 들어도 어떤 기억들은 늘 처음처럼 쌩쌩하더라고) 너는 멀대처럼 키가 컸지. 미술 선생님 옆에서 찍은 사진에서 말이야. 그 사진이 어찌어찌(아마도 내 절친이 구해 준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 내게 들어왔거든. 중학교에서 나는 미술반에 들어갔어. 그런데 거기 네가 미술반 반장이었어. 키도 크고 잘생긴 데다 그림도 잘 그렸지. 지금도 그림 그리니? 혹시, 화가일까?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네 이름을 잊어버렸어. 그 어린 날 네가 환하게 웃던 모습은 눈에 선한데 이름은 까맣게 전혀 생각나지 않아.

그만큼이나 세월이 지나가 버렸네. 아마 어떤 중년 아줌마의 넉살스러운 수다라며 그만 읽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 영화 ‘듄 2’가 한창 상영 중이잖아. 거기 남주, 티모시가 아주 매력적이야. 내가 좋아하는 배우고, 히히. 난 그 배우를 몇 년 전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어. 물론 거기서 두 주인공인 십 대와 이십 대, 두 남자가 서로 사랑해. 아주 아름다웠어. (네가 퉤퉤거릴지도 모르겠다) 둘은 결국 짧은 추억만 남기고 각자 길을 가지만 그들은 서로 잊지 못할 기억을 나눈 거지.

우리 생의 어느 시간,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날카로운 영감, 감정, 느낌만으로도 그건 기적이니까, 너도 이제 알겠지만. 내가 어리바리하던 십 대 어느 날 섬광처럼 박힌 네가 나에겐 기적의 순간이었던 거지. 너무나 어리숙해서 말 한마디 건네보지도 못 한 채 떨리는 가슴만 안고 끝났지만 말이야. 이제야 알았으니까. 그런 추억만으로도 네게 고마운걸.

넌 나에게 언제나 빛나는 미술반 반장 멀대, 정○이야.

내 생애 어느 순간 당도한 이야기 한 토막에 네가 있어. 당연히 남주는 아니지만 빛나는 조연 중에 조연이야!

PS) 편지는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나중에 아주 유명해지거든 보는 걸로,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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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왜 꼭 나중에야 생각날까요?

날라리 작가

안녕- 오늘 하루 잘 보냈어요?
있지요, 저는 오늘 정말로 하고싶은 얘기는 하나도 꺼내지 못한 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하루끝이에요.

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왜 꼭 나중에야 생각날까요?

그 말은 이제 어디로 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왜 매번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데에 실패할까요?

다시 만나서 눈을 마주하고 진실에 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또 실패하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전하고 싶어요.

그래요.
내 마음이 정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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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큰 정기를 느낀 장소

로즈문 작가

2012.5

햇살 밝았던 5월 생애 첫 전시를 프랑스파리에서 열게 되었지. 물론 홀로 연 작품전은 아니고 나의 바느질 스승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한 그룹전의 막내였지만 귀한 시간들이었지. 전시를 이유로 여행하게 된 파리의 가장 높은 곳, 몽마르뜨 언덕 꼭대기 사크레쾨르 성당.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넣은 순간 온몸에 솜털이 서고 소름이 쫘~악 그 자리에 선채로 아무것도 못하고 울어버렸네.

저어기 멀리서 미사를 준비하시던 수녀님들의 그레고리안 성가소리, 낯선 내음, 웅장한성전 그 모든 것이 다른 것이 아닌 듯 하나로 느껴지던 그순간.

처음 느껴보는 이감정이 뭐라 말로 글로 설명은 안되지만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황홀한...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떠 올랐던 그때 그 순간.

정기(?)를 느꼈다라고 뭔가 설명하기 어렵지만 잊혀지지 않고 왠지 그리운 그곳 그시간.

고흐도 이 문을 열고 나와 보이는 이 풍경으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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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에게 보내는 격려문

늦 작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싫어한다.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는 말. 강직한 사람은 남의 공박을 받는다는 소리다.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이 주저앉을 때, 본인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의 고독한 인생을 살펴보며 이 속담이 등장한다. 살짝 쌤통이라는 느낌과 다행이라는 안도가 섞여 있다.

글을 쓰며 이 속담의 예문을 찾아봤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더니 강직한 김 대리가 축출당했네', '옛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으니 유연하게 살아라.'가 있었다.

근데 이 속담의 뜻이 정 맞는 것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모난 돌이 되지 말라는 충고일까? 아니면 모난 돌이 기껏 해봐야 정 맞는 것 밖에 없으니, 나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격려일까?

과거 모난 돌이 정 맞았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한번 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운 공동체 사회였을 것이다. 옳은 소리 바른 소리 하기보다 침묵하는 것이 생존 문법에 더 맞았을지 모른다. 근데 지금도 그럴까?

지금은 모난 돌의 전성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두각을 나타내는 한 사람이 백 명이고 천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강직한 본인의 철학을 지키며 새로운 문화와 팬덤을 만들고 그것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예문에서 나왔던 강직한 김 대리가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해서 성공했을지 모르고, 정 맞기 무서워 유연하게 살았던 무색무취 김 부장님은 적도 없지만 편도 없어 이번 구조조정에서 짐을 싸게 되었을지 모른다.

시대가 변하면, 교훈도 변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의 풀이를 오늘부터 다시 해보자. 돌이 정을 맞아도 돌이고, 안 맞아도 돌이다. 그러니까 한 번 사는 시샘 받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추어보라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신념이면 밀고 나가보라고.

모난 돌, 외로운 인생길 화이팅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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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나요 안정주나요 늘정주는 날 알아줘 !

슝 작가

사회 초년생 꼬꼬마 시절, 일에 지쳐 집 가는 길 버스정류장 앞에 서면 항상 스트레칭을 했었다. 정신을 차리고자 고개를 들어 기지개를 켜곤 했는데 그 앞에는 큰 나무가 서 있었다.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의 어느 날,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큰 나무의 이파리들. 나에게 고생했다고, 큰일을 하고 간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나무에 정이 들어 그곳을 지나갈 때면 기분 좋은 날이든, 힘든 날이든 이제는 항상 고개를 들어 나무에게 인사를 한다. 지금도 습관처럼 그 나무 앞에만 서면 스트레칭을 한다.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정주나요 안정주나요 늘정주는 날 알아줘
정주나요 안정주나요 아~~

정준하 스윗 콧소로우의 노래 가사인데, 꼭 그 큰 나무가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자연의 수많은 식물이든, 사물이든, 우리가 믿는 신이든 우리에게 항상 손을 뻗어 정을 주고 위로를 해주고자 할 것이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꼭 정을 주고받으며 위로를 얻고 삶의 가치를 찾아가길 바란다.

응원한다.

슝 작가 소개(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