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쩍 무더워진 6월에 인사드립니다.

독자님이 생각하는 '그릇'도 궁금합니다.

겉모습은 58년을 살았는데 속모습은 어린 아이와 같은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많이 힘드니? 얼마나 아프니?

그동안 알아주지 못해서,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는 가만히 들어줄게. 끄덕여줄게.

친구처럼 어깨를 내어줄테니, 편하게 기대렴

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나의 미련함이 슬프다.

웃으며 살자.

나에게 솔직하게 살자.

묵묵히 걷자.

나뭇잎이 흔들린다고 바람을 나무랄 수 는 없지 않은가?

밴댕이 소갈딱지만해도 하해 같아도 적재적소에 쓸 수만 있다면 용기는 장착해야 할 필수템이다. 신축성을 최고로 올려 험난한 세상에 용기를 크기에 맞춰 다양하게 부릴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용자 아닐까.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는 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밴댕이의 내장을 이르는 말이다. 생선 크기로 보면 밴댕이가 멸치보다 더 큰데, 소갈머리계에도 위아래 사정이 있었나 보다. 아니면 멸치가 용기를 내지 못했거나.

멸치만한 용기든 밴댕이 내장만한 용기든 용기는 옳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여러 기운 중 용을 써야만 나오는 힘이 용기 아닌가.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끌어모아 대항해야 할 엄청난 상황일 테니 말이다. 기존의 세력을 거슬러 자기를 앞세우며 피력하는 의지가 용기다. 변화를 향해 멈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도전일 테니 옳다. 물론 언제나 용기백배일 수는 없다. 때론 깻잎 한 장만한 용기를 내지 못해 비루해지기도 한다. 자칫 ‘니맛내맛’도 아닌 맹탕도 될 수 있다. 차라리 깻잎만한 용기를 차곡차곡 모아서 한 번 크게 쓰는 게 낫다.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을 위해 용리주의를 발휘해야 한다. 용기가 무한정 분출하는 화수분이 아니라면.

글감이 ‘그릇’이었는데 용기(容器)로 자동 전환하여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글을 끄적거리다 보니 밴댕이 소갈딱지만한, 깻잎 한 장만한 용기(勇氣)를 내밀어 본다. ‘용서(容恕)하시길….’

그릇이라는 주제를 듣고는 생각이 또 많아졌다. 작고 작은 종재기 같은 그릇을 품고 사는 나는 늘 양재기만큼 어쩌면 더 큰 그릇을 꿈꾸며 하루살이 삶을 살아내는지도 모른다. 꿈 꾸는 대로 펼쳐지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희망한다.

 *양재기 ‘양푼’ 또는 ‘큰 그릇’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나의 여러 부캐 중 엄마인 나는 조금 더 큰 그릇을 품기를...

조금 비우면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엄마이기를

결혼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도 해 볼 수 없었던 삶의 자리

내 삶의 그릇! 내가 살아내는 모습이

나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보여지기를 한숨 한숨 고르며 행동하고 이야기 한다.

아들아, 딸아, 뒷배가 되어줄게. 두려워 말고 걱정말고 앞으로 나아가렴. 나도 그리 당차게 살아낼게. (덜 지쳤으면)

어쩌면 내 안의 작은 아이에게 해주고픈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의 삶에 비추어 나를 또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내 안의 어른 아이에게 오늘은 꼭 한번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잘 해내고 있고 잘 걸어가고 있다고.

대견하다고...

어려서부터 소심하냐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거짓말 1도 보태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마 내가 삐진 척하는 장난기의 행동이나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나의 속 좁은 모습이 따로 있는 것일지도...?

그뿐만이 아니다. 겁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겁이 많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걸 즐기면서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 도전도 가리면서 하는 편이다. 귀신이나 악령같은 존재도 믿지 않고 무서운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새벽이나 밤거리는 잘 돌아다니긴 하는데 무언가 대범한 척하면서 사는 것도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성격이 곧 나의 성격이자 자아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체 작고 순수한 백치미의 시골청년같은 근본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푸흡)

대학교 신입생 때 술을 들이부으며 술의 맛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맛이 없는 술... 대체 이걸 왜 돈주고 사서 마실까? 생각했었는데 칵테일은 달랐다. 칵테일은 종류도 다양하고 적당한 가격에 깔끔한 한 잔이 가능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가벼운 사치 좀 부리겠다고 칵테일바를 가면 마가리타를 주문하곤 했다. 잔이 마음에 들었고, 색도 예뻤다. 맛도 그냥 소주보다는 알코올의 풍미도 좋았으며, 소금이나 설탕을 함께 곁들이는 것도 좋았다.

나를 참 많이 닮은 듯한 마가리타 잔. 다른 잔에 비해 속이 참 작다. 좁은 속에 비해 입구는 비교적 커서 무언가를 쉽게 담을 수 있고, 잔보다도 더 큰 것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튼튼하게 잘 서 있는다면 수박만 한 크기의 무언가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그릇도 안쪽은 작을지언정 입구까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젊음에서 배운 세상이다.

근데 나 진짜 삐진거 아닌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