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태에 자리잡기 전부터 너는 내 것이다라고 택정하시고 지으심과 목적 이유가 분명하기에 나는 오늘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불안하고 불완전하여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괜찮다고 보듬고 위로하시는 절대자.

그분을 신뢰합니다.

내가 그분에게 등을 돌릴지라도 한 번도 나에게 등을 보이거나 손을 뿌리치신 적이 없는 그분에게 무한 감사드립니다.

목적이 있으매 그 목적을 향해 오늘도 웃습니다. 그 분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으시기에 나도 절대자를 실망드리지 않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존재함이 있으나 존재함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므로, 내가 더욱 잘 살아 그분을 널리 알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의 그분은 육안으로 보이진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절대자이십니다.

글 하나 더, 세상에 영원한 것은 무엇일까?

100년도 못 사는 인생, 반 백살을 넘어서며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잡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고 잡힌 것은 무엇인가?

-욕심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착각하는 탐심. <안목의 정욕>

오늘도 지금도 이것과의 싸움터에서 승리하자.

듣자마자 사이다였다. 무언가가 얹힌 게 스르륵 내려가고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었으니. 내 안에 여전히 스스로 이해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억눌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본능적으로 빠져나갈 개구멍을 직감한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듯 눈을 번뜩거릴 리 없다. 반백을 살아본 육신과 그 안에 세든 정신이 엎치락뒤치락 쌓은 관계는 여전히 불편한 적수처럼 틈을 노리는 형국이다.

그러니 지랄 총량 법칙의 다른 버전일지도 모르는 ‘딴짓’ 총량의 법칙을 충분히 실험해 볼 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기에 눌리고 크면서는 학교, 사회의 분위기에 눌려 못 해 본 게 너무 많다. 그렇다고 이제라도 ‘Why not?’ 하며 들이대는 편도 못 된다. 이미 억눌린 기가 마치 원래 내 것인 양 자꾸 검열 해대는 바람에 도전은커녕 시도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가장 벼락같이 거스른 딴짓(나 이제 떠날 거야!)은 인생 반백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일까. 사람마다 다르니 정답은 없겠지만 좀 더 빨랐더라면 내 인생 여정이 얼마나 달랐을까 궁금하긴 하다. 버킷리스트는 너무 살벌하니 그저 딴짓 리스트를 하나, 하나 클리어하다 보면 푸닥거리라도 될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각 잡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 말이 내게 어떻게 똬리를 틀었는지 짚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딴짓’은 내가 감히 넘보아서는 안 될 금단의 사과였다. 부모님은 어린 내가 마땅히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말보다는 몸소 보여주셨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자신을 갈아 넣어 사시는데 말로 조곤조곤 설명할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전후 세대인 부모님 세상에서는 다들 그랬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희생을 운명으로 받았으니 운명 공동체의 자식들도 한 팀이 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당신들이 산 세상과 기대에 맞춤하여 하달하는 행동강령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딴청 부리며 딴짓하는 건 팀워크에 도움이 안 되니까. 딴짓은 금기였고 불온한 사상이었다.

오히려 부모가 원하는 바를 자식으로서 제대로 못 해낼 때 받을 비난과 벌을 더 두려워했다. 그래서 나는 희생적인 부모 아래 착하고 이해심이 많고 책임감이 강한 자녀로 인정받는 가장 평범하고 모범적인 미담으로 타협했던 셈이다. 훌륭한 팀워크 정신으로 우리 가족은 그런대로 성공적이고 행복한 중산층이 되었다(Happily ever after). 딴짓하지 않은 보상이다. (So what?)

그런데, 딴짓이 그렇게 호환마마 보듯 무서워하고 따돌릴 일일까, 너무 과하고 옹졸하게 반응했던 건 아닌가? 여전히 그렇게 취급하기엔 나도 연식이 좀 됐다. 이제라도 딴짓을 친구 삼을까 한다. 보상이 있든 없든, 어떤 결과를 감당해야 하든 이제 뭐가 더 두려울까. 딴짓의 향연이 될지 노망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내가 물었다.

"내가 당신이랑 살면서 했던 제일 인상적인 딴짓이 뭐예요?"

그가 답했다.

"당신이 딴짓한 게 뭐 있나? 그냥 다 잘했지. 근데... 생각해보면 딴짓도 많긴 하네요. 그때 남의 아파트 단지 건조기는 왜 그렇게 열심히 떼다 왜 나눠준거예요? 너무 열정적으로 뛰어 다니셨지!"

"아... 맞다. 그때 제가 건조기를 써보니 너무 좋길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주고 싶어 그랬던 것 같아요"

그가 다시 말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딴 거는 딴짓이기는 했죠. 어쩜 지금 공부도?"

나는 계속 생각했다.

"딴짓, 딴짓, 딴짓"

"그냥 세상에 재밌고 신나는게 너무 많아서 다 해보지도 못하고 죽을텐데 왜 요즘은 아무것도 재미가 없을까요? 더이상 새로운 것도 싫고 지금하는 것도 재미없고 그만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해요."

그가 한참을 듣다가 묵직하게 한마디 뱉는다.

"당신 하고 싶은 거 다해. 하기 싫음 말고"

근데 아마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겠지. 정주행일지도 역주행일지도 모르는 그 무언가를 닥치는대로. 때로는 만들어서라도 해내겠지.

그때마다 그는 처음만난 그때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의 딴짓에 큰 손이 되어주겠지.

그럼 나도 생각하겠지.

나도 그에게 큰 손이 되어주리라고.

지금처럼 어제처럼 내일도 이대로...

"근데... 당신은 딴짓하고 싶은거 없어요?"

"ㅋㅋ... 저요? 광화문 대형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말 나이트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술 안파는 클럽사장! 하하하"

"오~ 재밌겠는데 그거?"